2025년 트럼프 상호관세 부과에 따른 한국 경제 영향
1.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
대미 수출 감소와 GDP 성장률: 미국의 25% 상호관세 부과로 한국의 대미 수출이 급감하면 경제 성장률에도 직접 타격이 예상된다. 2024년 한국의 대미 수출은 약 1,278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4% 증가하며 사상 최고 흑자를 기록했지만, 관세 부과로 이러한 증가세가 크게 꺾일 것이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이번 관세 조치 등을 반영해 2025년 한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1.0%에서 0.9%로 하향 조정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기존 2.0%에서 1.2%로 0.8%p 낮춰 전망하였습니다. 이는 주요 기관들이 한국 성장률을 1% 미만으로 제시한 첫 사례로, 관세 충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입니다. 참고로 2019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 한국 경제 성장률은 약 2.0%로 주저앉았고, 무역분쟁이 성장률을 약 0.4%포인트 하락시킨 것으로 분석된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직접적인 한미 무역갈등인 만큼 그 충격이 더욱 클 것으로 우려됩니다.
주요 산업별 영향: 한국의 주요 수출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입니다. 우선 자동차 산업은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 1위로, 2024년 약 347억 달러로 대미 수출의 27%를 차지했습니다. IBK경제연구소는 **“미국이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약 18.6%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관세 발표 직후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미국 수출 물량 축소 우려로 두 기업 주가가 각각 7% 이상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반도체 분야도 마찬가지로, 미국이 한국산 반도체에 관세를 매길 경우 현지 기업들의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한국산 메모리칩 수요가 위축될 수 있습니다. 2025년 3월에는 관세 부과를 앞두고 메모리 반도체 주문이 선행 구매되는 움직임이 나타났지만, 고급 제품군 등은 선적이 쉽지 않아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철강 산업은 이미 3월부터 미국의 25% 관세가 적용되어, 3월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이 전년 대비 10.6% 급감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의 4번째 큰 철강 공급국이므로 관세 영향이 커서, 미국 수출 감소분을 다른 시장으로 돌리지 못하면 생산 감소가 불가피합니다.
단기 충격 vs 중기 적응: 단기적으로는 수출 급감으로 생산 차질과 기업 실적 악화가 두드러질 전망입니다. 특히 관세 부과 초기 미국 시장 주문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재고 누적과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자동차의 경우 미국 소비자 가격 상승을 우려해 현대차 등이 가격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일부 반도체 고객사는 관세 부과 전 재고 확보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이런 선구매 효과가 사라지면 4월 이후 수출이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중기적으로는 기업들이 대응 전략을 모색하면서 일부 적응이 예상됩니다. 예를 들어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며 현지 생산을 확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투자나 해외 생산 비중 확대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관세를 피해가려는 노력이 진행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국내 생산 축소와 투자 위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관세 회피를 위한 해외이전으로 국내 생산 33만대 감소, 2만명 일자리 상실 등의 시나리오를 경고하고 있습니다.
고용 및 소비에의 파급: 수출 감소는 제조업 가동률 저하와 고용 감소로 이어질 것입니다. 자동차와 철강 업종의 생산라인 감축은 관련 협력업체 및 지역경제까지 영향을 미쳐 단기 실업 증가가 우려됩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자동차 분야에서 최대 2만 명의 일자리가 위험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고, 다른 주력 제조업까지 합치면 일자리 충격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소비 심리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관세전쟁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가계의 지출을 억제하고, 주가 하락과 자산가치 감소로 인한 부의 효과 악화가 소비 둔화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또한 원화 가치 급락으로 수입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 실질소득이 감소하여 민간소비를 위축시킬 우려도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및 무역흐름 재조정: 미국과 한국 간 관세 충돌은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을 가속화할 것입니다. 미국 수입업자들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한국산 부품이나 제품 대신 다른 국가 공급처를 찾으려 할 것이며, 한국 기업들도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출 시장 다변화에 나설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한국산 자동차에 관세가 붙으면 일본·유럽산 자동차가 틈새를 메우거나, 한국 업체는 유럽·동남아 등으로 수출선을 변경하려 할 것입니다. 반도체의 경우 미국 고객사는 한국산 메모리 대신 부분적으로 미국 자국 제품이나 제3국 제품으로 대체하려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무역 전환 효과로 단기적으로 일부 국가들은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 한 연구에 따르면 초기 단계의 지역적 관세 보복 국면에서는 한국 등이 미미하지만 이익을 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무역전쟁이 장기화·전면화될 경우 결국 대부분 국가가 손실을 입는 제로섬 상황이 됩니다. 세계 각국이 보복관세를 주고받는 최악의 시나리오(1930년대 대공황기와 유사)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1조4천억 달러(약 2천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국 역시 초기에는 미·중 갈등 등으로 일부 반사효과를 누린 측면이 있었지만, 글로벌 교역 위축이 심화되면서 2019년 수출이 6% 이상 감소하고 반도체 단가 하락과 맞물려 최악의 수출 부진을 겪었습니다. 이번에도 미·중뿐 아니라 미·한 갈등까지 겹치면 글로벌 교역량 감소, 무역질서 불안정으로 한국 수출주도의 성장 모델이 큰 시험대에 오를 것입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2018~2019년) 무역분쟁과의 비교: 지난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도 관세를 활용한 무역분쟁이 전개되었지만, 이번 상황은 그때보다 한국에 직접적입니다. 2018~2019년에는 주로 미·중 무역전쟁이었고 한국은 간접 영향을 받는 입장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보복하면서 글로벌 제조업 경기와 교역이 위축되어 한국 수출도 동반 감소했습니다. 2019년 한국의 연간 수출은 전년 대비 6.4% 감소하여 2015년 이후 최악을 기록했고, 특히 주력품목인 메모리반도체 수출액이 21% 급감하며 경기가 크게 둔화되었습니다. 이 영향으로 2019년 성장률은 2% 내외로 떨어졌고, 한국은행은 무역분쟁으로 약 0.4%p 성장률 하락 효과가 있었다고 추산했습니다. 반면 2025년의 관세 분쟁은 미국이 한국을 직접 표적으로 삼은 것이어서 충격의 크기와 양상이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는 중국 수요 감소나 글로벌 공급망 교란을 통해 간접 영향을 받았다면, 이번에는 한국산 제품의 미국 시장 접근 자체가 제한되므로 특정 산업과 기업에 가해지는 충격이 훨씬 직접적입니다. 또한 2018년 트럼프 정부는 한국산 철강에 쿼터를 적용하는 식으로 부분적 합의를 봤으나, 이번에는 FTA로 무관세 교역 중인 전체 품목에 25% 관세를 일괄 부과한 상황이어서 한미 FTA 체제의 근본이 흔들리는 초유의 사태입니다. 종합하면, 과거 무역전쟁 때 한국이 간접포화를 맞았다면 이번에는 정면충돌의 양상이며, 그 경제적 파급력은 이전보다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의 고율 관세로 한국 수출 산업이 위축되면서 내륙 컨테이너 기지 등의 물류 현장도 한산해질 우려가 있다. 2025년 3월 한국의 철강 대미 수출은 25% 관세 영향으로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하였다.
2. 한국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
주식시장: 한미 통상마찰 격화 소식은 한국 주식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관세 부과 공식 발표 직전인 4월 초 국내 증시는 투자심리 위축으로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4월 2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0.62% 하락한 2,505.86에 마감하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보여주었고,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7,244억 원 순매도를 기록해 지수 하락을 주도했습니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주가 약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자동차주인 현대차(-1.16%), 기아(-1.18%)는 관세 부과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로 하락했고, 철강주인 포스코홀딩스(-2.68%), 현대제철(-2.03%) 등도 큰 폭의 조정을 받았습니다.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관세 이슈에도 불구하고 당시 주가가 보합세를 유지했지만, 이는 관세 영향보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가 크게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그러나 만약 미국이 실제로 한국산 반도체에까지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요 둔화가 가시화되면 IT 업종도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관세 전쟁으로 기업 이익 전망치가 하향되면서 코스피의 상승 모멘텀이 약화되고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다만 환율 효과로 원화 약세 시 수출기업의 원화 환산 실적이 방어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분산생산으로 일부 영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 등은 하방 요인을 일부 완충할 것으로 보입니다.
관세 부과 우려로 코스피 지수가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1,460원대를 넘어서는 등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2025년 4월 2일 국내 증권사 전광판). 외국인 투자자들은 관세 발표 전후 한국 주식을 대규모로 순매도하며 위험자산 회피 움직임을 보였다.
외환시장: 무역수지 악화 우려와 투자자금 이탈로 원화가치는 급격한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관세 분쟁 소식이 본격화된 21,470원 선에서 등락하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 돌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실제 하나증권은 “수출 타격으로 비(非)미국권 경기 하방압력이 커져 2분기까지 달러 강세에 환율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불확실성 심화 시 환율 상단이 1,500원 내외까지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영국계 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 역시 원화 약세를 예상해 연말 환율을 1,500원대로 전망하였습니다. 원화 가치 급락은 해외 투자자들의 이탈과 맞물려 있습니다. 관세 부과 발표 전후로 외국인 자금이 국내 주식·채권 시장에서 이탈하면서 달러 수요가 급증했고,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며 원화 약세를 부추겼습니다. 예를 들어 관세전쟁 우려가 고조된 시점에 이틀 간 외국인 주식 순매도액이 8천억 원을 넘었고, 환율이 2거래일 만에 36원 급등하는 등 변동성이 커졌습니다. 원화는 글로벌 위험자산 회피 국면에서 엔화 등에 비해 낙폭이 historically 컸던 통화이기도 하므로, 대외 충격에 더욱 취약한 경향을 보입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급격한 환율 변동에 대비해 시장안정 조치를 준비하고 있으나, 근본적으로 통상마찰이 해소되지 않는 한 환율의 고공행진을 완전히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원화 약세는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에는 일부 유리한 면이 있어, 대미 수출 감소분을 다른 지역 수출 증가로 보완하려는 노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환율 급등이 수입 물가 상승과 물가불안을 야기할 경우 국내 경제에는 오히려 부정적이므로, 당국은 안정적 환율 관리와 통화정책 간 균형을 맞춰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채권시장 및 금리: 무역 충격으로 경기둔화가 예상되면서 국고채 시장에는 안정 추구 자금이 일부 유입되고 있습니다. 4월 초 국내 채권금리는 전반적으로 소폭 하락하거나 보합세를 나타냈는데, 4월 2일 기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2.58%, 10년물은 연 2.77% 수준으로 관세 이슈 부상 전보다 약간 내려갔습니다. 이는 경기 침체 우려로 향후 정책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실제 채권선물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3거래일 연속 국채선물 순매수에 나서는 등 채권을 매입하는 움직임이 관찰되었습니다. 다만 통화정책 대응에는 제약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당초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었으나, 관세 분쟁으로 인한 원화 약세 심화가 금리 인하를 즉각 실시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원화 가치 급락 국면에서 금리를 내리면 자본유출이 가속화될 위험이 있어, 시장에서는 “4월 금리 인하가 난망”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며 금융시장 안정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후 환율이 안정을 찾고 관세 충격에 따른 경기둔화가 현실화된다면 하반기 중 점진적 금리 인하로 전환할 여지가 있습니다. 요약하면, 현재 채권시장은 경기둔화 전망으로 완만한 금리 하락세를 보이지만, 환율 리스크로 급격한 통화완화는 제한되는 상황입니다. 한편 관세 분쟁 장기화로 재정 부양 필요성이 커질 경우 추가경정예산 편성 및 국채 발행 증가로 금리 상승 압력도 혼재할 수 있어, 금리 방향성은 대내외 정세에 따라 변동성이 큰 상태입니다.
3. 향후 전망 및 대응 방안
한국 정부의 대응 전략: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범정부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여 외교·통상 채널을 총동원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한덕수 국무총리 권한대행은 관세 발표 직후 긴급 경제안보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민관 합동 대책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외교적으로, 한국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근거로 미국 측 조치의 부당함을 공식 제기하고 양자 협의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미 FTA에는 예외 조항이나 분쟁해결 절차가 있으므로 이를 활용해 관세 철회 또는 완화를 설득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합니다. 또한 일본, EU 등 동시다발로 관세를 부과받은 우방국들과 연대하여 다자 차원의 대응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역시 고려될 수 있으나, 트럼프 행정부 시절 WTO 체계가 사실상 마비되었던 전례를 감안하면 실효성은 불투명합니다. 통상 정책적으로는 미국의 관세 부과 품목을 면밀히 분석해 피해 산업에 대한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업종별 협회 및 주요 기업들과 대책회의를 열어 관세가 업계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현지 생산 확대, 수출 시장 전환 등 대응 방향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 피해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세제 혜택 등의 보상 조치를 마련해 일시적 충격을 흡수하도록 도울 것입니다. 아울러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미국산 원자재·부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대미 보복관세 가능성에 대비할 것입니다. 다만 한국이 미국에 맞대응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한미 동맹 및 경제 규모 차이를 고려할 때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정면 충돌보다는 협상 국면으로 유도하는 전략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 차원의 대응: 한국 기업들은 생산 및 공급망 전략의 수정을 통해 활로를 모색할 것입니다. 가장 즉각적인 대응은 미국 현지 생산 확대입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미 관세폭탄을 우려해 미국 공장 증설과 전기차 등 신공장 투자(총 300억 달러 규모)를 발표했고, 삼성전자도 텍사스 파운드리 투자, SK와 LG 역시 배터리 공장 투자 등을 확대하며 현지화율 제고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지 생산은 관세를 우회하여 미국 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그러나 그 대가로 국내 생산 축소와 산업 공동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 기업들은 국내 고용 유지와 해외 생산 간 균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둘째, 수출시장 다변화 전략이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미국 비중이 높은 자동차, 가전, 일부 화학제품의 경우 동남아시아, 중동, 유럽 등 신시장 개척에 힘써 미국시장 의존도를 낮추려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은 미국 외에 유럽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철강업체들은 동남아 인프라 수요나 인도 시장을 공략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할 수 있습니다. 셋째, 제품 및 산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한 대응책입니다. 관세 부과 품목에 집중된 사업 구조를 가진 기업들은 첨단부품, 소프트웨어 등 무형 서비스나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여 관세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려 할 것입니다. 예컨대 자동차 업체는 완성차 수출 감소에 대비해 모빌리티 서비스, 전장부품 등으로 사업범위를 넓히고, 전자 업체는 하드웨어 수출 비중을 줄이는 대신 콘텐츠, 플랫폼 사업을 키우려는 노력을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부 기업은 원가 절감과 가격 정책 수정 등을 통해 관세의 영향을 완화하려 할 것입니다. 미국 바이어와의 협상을 통해 관세 부담을 분담하거나,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가격 전가가 가능한 전략을 취할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한국 기업들은 단기 쇼크를 견디면서 장기적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산업 구조 전환과 기회: 이번 사태는 한국 경제에 위기이자 기회 요인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위기 측면에서는 미국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드러나며 산업 구조 개편의 필요성이 부각되었습니다. 반면 이를 계기로 수출시장과 산업 구조를 재편해 보다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로 전환할 기회도 있습니다. 정부는 핵심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시장 다변화와 내수 활성화로 균형 잡힌 성장을 도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미중 갈등 속에 부상하는 인도, 아세안 등 신흥시장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유럽연합(EU)과의 FTA 활용도를 높여 수출 분산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반도체, 자동차 등에 치우친 수출 품목을 바이오헬스, 그린에너지, 방산 등 차세대 산업으로 다변화하여 대외 충격을 분산시키는 전략도 검토해야 합니다. 국제기구들도 한국에 공급망 복원력(resilience) 강화를 권고하고 있는데, 이번 충격을 통해 가치사슬을 지역별로 다변화하고 전략물자의 자급 기반을 일부 구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투자자 관점의 기회와 위험요인: 불확실성이 큰 시기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별적 기회와 주의할 위험이 병존합니다. 먼저 위험 요인부터 보면,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에 대한 투자는 단기적으로 신중해야 합니다. 자동차, 철강, 가전 등은 관세로 직접적인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고, 관세전쟁이 장기화되면 미국 현지 법인 실적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 업종은 당분간 주가 변동성과 실적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므로 투자에 유의해야 합니다. 또한 원화 약세와 금리 변동으로 금융주나 내수주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원화 가치 하락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주저할 수밖에 없고, 이는 부채 부담이 큰 기업이나 금리에 민감한 부동산 시장 등에 부정적일 수 있습니다. 반면 투자 기회 요인으로는 몇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 저평가 국면의 우량 수출기업에 대한 중장기 투자 기회입니다. 관세 이슈로 단기 주가가 급락하더라도,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한국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은 일시적으로 미국 수요 둔화 우려가 있지만, 글로벌 메모리 사이클 회복과 기술 리더십을 고려하면 오히려 조정시에 분할매수 기회로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미국 시장 이외의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어 주가 방어력을 보일 수 있습니다. 동남아, 유럽 등에 주력하거나 내수 중심의 플랫폼·인터넷 기업, 콘텐츠 산업 등은 관세 영향이 간접적이므로 다른 종목 대비 안정적일 수 있습니다. 셋째, 환율 상승 수혜주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외화표시 수출가격이 하락하여 price competitiveness가 높아지는 업종(예: 일부 조선업, 해운업, IT서비스 수출)은 역설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습니다. 또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 환차익이 기대되는 기업들도 단기적으로 이익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넷째, 금 가격 등 안전자산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관세전쟁이 촉발된 이후 국제 금 가격이 사상 최고가 행진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있으며, 불확실성 헷지 차원에서 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종합하면, 투자자는 업종별 모멘텀을 주의 깊게 살피면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해야 합니다. 관세 이슈로 이익모델이 훼손될 업종(자동차·철강 등 대미의존 제조업)은 비중을 줄이고, 새로운 성장모멘텀이 기대되는 산업(친환경 에너지, 미래차 부품, 소프트웨어 등)이나 내수·신흥시장 대응력이 있는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거시경제 불안정성이 큰 만큼 현금성 자산 확보와 환헤지 등을 통해 방어력을 갖추는 전략이 요구됩니다.
향후 전망: 당분간 한미 간 관세 갈등과 이에 따른 파장은 상반기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5년 들어 미국은 대선정국을 맞아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고 있고, 한국은 이에 대한 외교적 해결 노력을 펼치겠지만 단시일 내 봉합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최악의 경우 미국이 추가로 관세 대상 품목을 확대하거나 한국을 비롯한 교역국들이 보복관세로 맞서면서 무역전쟁이 확대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는 이러한 전면적 무역전쟁 시 세계 경제 성장률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라 경고하고 있어, 한국도 수출 의존 경제의 한계를 직시하고 대비책을 강화해야 합니다. 긍정적 시나리오로는 미측이 동맹국과의 마찰 심화를 부담스러워하여 조건부 관세 유예나 협상 타결을 모색할 가능성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이 미국산 자동차 관세를 낮추거나 방위비 분담 등 다른 양보를 통해 상호관세 철회를 이끌어내는 협상이 전개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하반기부터는 양국 교역이 정상화되며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고 원화 환율도 다시 1,300원대 수준으로 내려올 수 있을 것입니다. 현실적으로는 일정 기간 관세 부과가 시행된 후 협상 타결되는 중간 시나리오가 유력하며, 그 사이 한국 경제는 저성장과 시장 불안을 겪다가 점차 적응해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번 사태는 한국 경제에 뼈아픈 교훈을 남길 것입니다. 즉 지나친 특정 시장 편중의 위험,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 대비 필요성, 그리고 경제안보와 통상의 연계 등입니다. 향후 한국은 공급망 리스크 관리, 동맹국과의 경제협력 강화, 무역체제 수호를 위한 다자협력 등에 더욱 힘써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국내적으로는 혁신성장과 내수 기반 강화로 대외 충격을 완충할 수 있는 탄탄한 경제 체력을 길러야 합니다. 정부와 기업, 투자자 모두가 이번 위기를 구조적 개선의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한국 경제는 여러 차례 위기를 극복해온 경험이 있으며, 이번 관세전쟁 역시 적극적인 대응과 전략적 변화를 통해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